2015. 6. 13. 23:14 | 2차

* TO. 렐뢰님

* 로우루피TS

* 개그와 개그 같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의 로우: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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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실한 벚나무는 흐드러지게 피어 낮잠 자기 좋은 그늘을 만들어 내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 적당히 달구어진 공기는 몰려오는 식곤증에 부채질했다. 로우는 어느새 잠든 모양이었다. 듬직한 나무 둥치에 등을 기대고 세상 모르게 잠든 로우의 숨소리가 자장가같이 들려왔다. 하아암. 입을 한껏 벌리고 하품한 루피의 동그란 눈꼬리가 가볍게 젖어들었다. 시야 가장자리가 애매하게 번졌지만 몸뚱이는 손을 움직이기조차 귀찮을 정도로 축 늘어졌다. 어쩌지. 루피는 몽롱한 눈으로 고민하며 눈을 깜빡였다. 기다란 속눈썹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눈물이 포만감과 포근함에 발그레해진 볼을 타고 굴렀다. 깨끗해진 시야가 무색하게 졸음에 뒤섞인 눈이 기어코 감겨들었다.


 자그만 머리가 여러 각도로 꾸벅이다가 로우의 어깨에 톡 떨어졌다. 갑작스레 어깨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로우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로우가 일어나자마자 루피와 나들이를 나왔다는 걸 기억해낸 것이 다행이었다. 긴장해 뻣뻣하게 굳어졌던 몸이 스르르 풀려 나무에 편히 기댔다. 그는 눈을 굴려 제 어깨에 얹힌 동그란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로우와 같은 색을 띤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그의 어깨며 목덜미에 내려앉아 있었다. 유약해 보이는 둥근 어깨가 조금씩 오르내릴 때마다 반팔 아래 드러난 로우의 갈색 피부에 미미한 콧김이 명지바람처럼 스쳤다가 물러가길 반복했다. 솜털같이 보송보송한 감촉에 목덜미가 간지러워진 로우가 공연히 뻑뻑한 눈을 비볐다.


 루피는 오래도록 잠들어 있었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를 지나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질 무렵까지,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인 걸 보상하겠다는 듯이 쿨쿨 달게도 잤다. 혹여나 루피가 깰까 미동도 없이 자세를 유지하던 로우는 루피가 깊이 잠들었다는 확신이 들자 손을 꼼지락거렸다. 남자다운 손은 루피의 옷자락을 건드렸다가, 하얀 바지 아래로 쭉 뻗은 몽글한 허벅지를 쓸어 보았다가,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잠든 얄미운 코를 아프지 않게 잡았다 놓았다. 자꾸 달라붙는 손길에 루피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몇 번 잠투정했지만 로우는 뻔뻔한 낯을 하고 제 연인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본 바람이 혼을 내듯 파르르 떨었다. 안온한 봄볕과는 달리 바람은 생각보다 서늘해서, 로우는 훤히 드러난 루피의 한쪽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들을 훼방 놓는 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불어와, 결국 루피가 깨고야 말았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로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빈 루피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오수를 즐긴 고양이처럼 나긋한 몸짓에 로우가 제 코를 부여잡았다. 한 번에 잠이 깬 루피가 그를 올려다보는 눈망울이 바다를 머금은 듯 울렁여서, 로우는 충동적으로 하얀 이마에 입술을 내렸다. 제 것이라고 도장을 찍고 올라온 얼굴엔 보이지 않던 붉은 길이 실금같이 가 있었지만, 여상스러운 일이기에 루피는 시시싯 웃고만 말았다.


 제 방해에도 찰싹 달라붙어 있는 커플이 아니꼬웠는지, 바람이 나무를 헤집어 놓았다. 다홍색 벚꽃잎이 함박눈처럼 송이송이 풀잎새로 내리앉았다. 절경이었다. 음식은 없지만 모처럼 보는 예쁜 광경에 마음이 끌린 루피가 로우의 품에서 벗어나 나무 아래를 폴짝폴짝 뛰었다. 로우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루피를 불렀다. 하지만 루피는 못 들었는지 한 귀로 흘려 버린 것인지, 망아지처럼 뛰어다닐 뿐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걸 삼킬 수 없어 이번에도 로우는 아쉬움을 담뿍 담아 어깨를 늘어뜨렸다.


 "섬세함이라곤 쥐뿔도 없다니…."

 "토라오!"


 드디어 잡았나. 꽃비를 배경으로 바동대던 하얀 몸체도 보기 좋았건만. 로우는 누가 들으면 팔불출이라 할 생각을 꾹꾹 누르며 활짝 웃는 루피를 보았다. 루피는 얼굴 가득 말간 웃음을 짓고 양손에 벚꽃을 들고 있었다. 꽃은 온전한 형체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로우는 미소를 돌려주었다. 한달음에 로우 앞에 다가온 루피가 꽃을 들어 보이며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쉽사리 잡히지 않은 꽃잎에 불만을 토로하나 싶어 대충 고개를 주억이며 머리에 붙은 꽃잎을 떼어 주던 로우는 뒤이어 나오는 말에 멈칫했다.


 "빨리 잡히라고 가지를 쳤더니 부러지지 뭐야!"

 "…그래서 꽃대가 멀쩡했군."

 "니시싯! 응! 이거 토라오 가져."


 루피는 대뜸 팔을 쭉 뻗어 로우의 귀에 벚꽃을 꽂아 주었다. 로우의 귀끝에 부드러운 손끝이 스쳤다. 위로 들어 올려진 모자가 머리 뒤로 떨어졌다. 로우는 모자를 내버려두고 가까이 다가온 루피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깜빡이면 바뀌어 버릴까 부릅뜬 눈 탓에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까맣고 큼지막한 눈동자가 위로 굴러가는 모습에 로우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다시 그와 눈을 마주치며 장난스레 웃는 얼굴이 로우의 망막 깊숙이 새겨졌다. 참아야 하나? 루피의 풍성한 속눈썹이 나비처럼 팔락였다. 망설이지 말라고 하는 듯한 몸짓에 로우는 제 연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참을 필요 없지.


 코끝이 맞닿고 뭔가 말하려는 듯 열렸던 붉은 입술이 타의에 의해 막혔다. 바르작거리던 루피는 로우가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 끌어당기자 힘을 빼고 늘어졌다. 낭창한 몸이 로우에게 감겨들고 손에 꼭 쥐고 있던 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다시, 벚꽃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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